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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무능력자 맥시멈라이프/소비리뷰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BT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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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수 많은 로망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래된 엘피 판을 꺼내 바늘을 살짝 올려놓고 음악을 틀어 즐겨보는 것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혼자 잘 때는 늘 오디오를 켜놓고 잠들었었다. 라디오일 때도 있었고, 씨디일 때도 있었고, 테이프이기도 했다. 그 시절 아이돌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팝송까지 다양하게 듣고자 했다. 그 시절부터 나는 다양성에 목마른 사람이었거든.

 

한동안 잊고 지내다 4년 전 여름, 서울 바닥을 혼자 떠돌다 우연히 LP바에 들렀다. 경복궁 근처였는데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보니 동네 주민인 듯한 단골 손님과 사장님과 젊은 직원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 뒤로 벽면 가득 엘피판들이 들어 차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섰을 때와 비슷한 느낌에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었다. 어떤 종류의 것들이 나란히 잘 진열되어 있는 모습은 그것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 곳에서 맥주 2병을 마시며, 음악을 듣다 나오니 언젠가 우리집에도 저렇게 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올 겨울 떠날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스피커를 사려다가 보고 말았다.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BT

 

 

 

일주일간 치열한 검색을 했는데, 입문용으로도 그리고 한 번 사고 말 사람들을 위해서 가장 많이 추천하는 기종이 바로 오디오테크니카였다. 자동벨트에 블루투스 연결이 되고, 기본에 충실한 뭐 그런 모델인 것 같았다. 얘랑 스피커만 갖추면 우리집 엘피감상실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연결할 스피커까지 찾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거기 다 쏟는 건 낭비인 것 같아 집에 있는 스피커랑 연결하기로 마음 먹고 스피커 탭은 닫았다. 

 

때마침 검색해보니 '오늘의 집'에서 A급 리퍼 상품을 판다고 해서, 신품과 크게 차이나는 가격은 아니지만 요즘 긴축에 긴축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이라 약간의 양심을 살려 결제했다.

 

그리고 주문한 바로 다음날, 도착했다. 이보다 더 칼같을 수 없는 배송아닌가.

 

블랙은 정말 새까만 블랙이었다. 구성품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처음에 벨트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고장난 줄 안 것만 제외하면. 구멍과 설명서를 잘 비교 해 보면서 해야 한다. 정말 그림이 헷갈리기 쉽게 그려놨다. 하지만 그냥 차례차례대로 끼우기만 하면 이렇게 이쁘고 멋진 턴테이블이 완성된다. 쨔쟈쟌.

 

생각보다 크기가 큰 편인데, 엘피판의 포장된 사이즈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실책이었던 것이, 거실 테이블의 크기를 막연히 맞겠지하고 주문하는 바람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쁘긴 한데 크다.

 

뭐, 그래도 예쁘니까 예쁜 건 크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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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하만카돈 스피커와 연결하고 아델 앨범을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손에 쥐는 물리적인 앨범이 주는 이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페깅니 뭐니 이런 건 잘 모르겠지만 집에 GAMSUNG 충전과 소소한 취미 생활 하나를 더하기 위해 집에 들여놓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 같다. 이쁘고, 소리도 잘 난다. 무엇보다도 바늘이 닿으면서부터 시작되는 소리와 가끔씩 판 튀는 소리. 내가 좋아하던 영화 속의 그 한 장면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난다. 비록 내 곁에는 멋진 남자가 없지만, 조명도 낮추고 때마침 비까지 내리니 커피, 혹은 술 한 잔 꺼내놓고 사색하기에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책까지 하나 펼쳐 읽으면 여기가 바이자 카페가 된다. 이참에 올해는 책 좀 읽어야겠다.

 

누군가 엘피플레이어를 고민하고 있다면, 스피커가 있다면 당장 사라고 추천하겠다.

 

이렇게 되고나니 음반 욕심이 난다. 운명교향곡을 한 번 사 볼까.  이미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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