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샀다.
나의 최애템 중 하나인 후지필름 x100f.
성능/스펙을 물어본다면 잘 모른다. 사실 카메라는 이전부터 오븐, 식기세척기와 함께 나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카메라는 산다고 끝인 아이템은 아니라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 작년 초였나, 재작년 가을에 후지필름에서 나온 X-T20을 장만했었다. 카메라를 사겠다고 마음먹은 지 2년 만에서야 산 카메라였다. 다만, 그때도 X100F를 사고 싶었다.
그러나 왜 X-T20을 샀었는가. 바꿀 수도 없는 고정 단렌즈를 가지고 있는 디카 하나가 아무리 하이엔드라지만 나온지 몇 년이나 지난 카메라가 150이나 한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나는 날 조금은 안다. 카메라를 산다 해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쓸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가볍고, 들고 다니기 좋으며, 내 입맛에 맞는 색감을 가진 사진이 나오며, 예쁘게 생기면 됐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소니, 캐논과 같은 대세를 놔두고 후지필름을 선택한 것도 색감-디자인만으로 후지필름을 골랐다. 한동안은 X-T20에 만족했다. 35미리 단렌즈를 주로 끼우고 다니며, 한 번씩 줌렌즈를 끼우기도 하면서 잘 찍었다. 함께 스페인도 다녀왔다. 불꽃놀이도 찍었다. 만족스러웠다.
카메라를 처음 본 사람 중에는 '이거 필카냐' '옛날 카메라냐' 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만큼 옛 감성이 살아있지만 세련된 레트로 디자인이 정말 최고였다. 그러나 나는 열심히 공부하며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렌즈가 갖고 싶어 졌다. 어차피 단렌즈를 끼우고 다니긴 하지만, 그렇다 하면 다양한 화각의 단렌즈를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후지의 렌즈는 비쌌다. 겨우겨우 구매욕을 눌러가며 스페인 가서는 거의 반쯤 결심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줌 렌즈도 필요 없고, 렌즈를 바꿀 수 있을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렌즈를 바꾸고 보관하고 하기에 나는 게으르며 귀찮아했다. 어차피 계속 단렌즈를 쓰고 발줌을 하며 다니다 보니 이럴 바엔 진작 X100F를 살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돈이 모이길 기다려 지난 8월, 드디어 샀다. X100F.
그리고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X-T20보다는 조금 더 크고 묵직한 것 같지만 어쨋든 그래도 이쁘다. T-20에서 달라진 것이라 하면 LCD터치가 됐으나 얘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이스틱같은 것이 작게 있는데 그걸로 조정하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그런 문제쯤이야 금방 해결됐다. 그리고 오히려 X100F를 쓰면서 화각이나 사진의 구도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가 높아진 느낌이 든다. 한 가지 고정된 화각을 가지고 세상을 보다보니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고, 무엇을 찾아야 할지도 초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초보는 한가지 화각을 가지고 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이걸 사러 용산에 있는 즐거운카메라를 갔었는데, 사고 얼마 안 있어서 후속작이 나올까봐 걱정이라 했더니 그때 직원분이 당분간 소식 없을 것 같다고 했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쯤 지났나, 지금 X100V가 출시되었다. 약간 아쉬운 느낌은 있는데 그렇다고 바꾸고 싶은 생각까진 들지 않는 것이 X100F의 장점과 매력이 뚜렷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스트릿포토를 지향하는 카메라 답게 여행다니면서 사진을 찍기에 딱 적당하기도 하고, 후지만이 보여주는 인물사진의 느낌도 확실해 좋다. 그리고 참 좋은데, 뭐가 더 좋은지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좋다.
그래서 주변에 추천한다. 카메라 살 사람 있으면 X100F사라고.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완전 뚜렷해서 다들 안 사더라. 가격. 그것만이 유일하진 않지만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만약에 누가 하이엔드카메라 하나 살거라고 하면 은근슬쩍 찔러는 볼 것이다. 왜냐하면 X100F는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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