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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바람쐬기 좋은 곳
갑작스레 떠나는 것이 여행의 묘미
한동안 MBTI검사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MBTI는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인데, 성격적 특성을 제법 잘 짚어주는데 그 중에서도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지(S) 아니면 즉흥적인 것을 즐기는 것인지(N)에 따라서도 성격 유형이 나뉘게 된다.
성격유형이 N이며 P인 나는 그때그때 갑작스럽게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핑계다.
그냥 우연찮게 조퇴를 쓸 수 있게 되어, 평일에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떠나게 되었다. 목표는 '닭구이'였지만 닭구이를 먹기엔 이르고 점심을 많이 먹어 순천만을 가게 되었다.
순천만 갈대습지
순천만은 대체로 바람 쐬고 싶을 때 찾아갔던 것 같다. 마음이 답답할 때 찾아가 석양을 보기 위해 전망대에 오르기도 했었고, 가을 찬바람 들었을 때 무르익은 갈대를 보고싶어 찾아가기도 했었다. 드넓은 갈대숲과 전망대에 올라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보고 있자면 모든 끓어오르던 감정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던 것 때문인 것 같다.
순천만 매표소에서는 티켓을 끊고 입장을 하면, 국가정원까지 이용이 가능하니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두 곳을 다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또 하나, 순천 주민 뿐 아니라 협약(?)을 맺고 있는 지역(남해, 진주, 기억나는 것은 이뿐인데 더 많았다)에 살고 있으면 입장권 할인이 되니 확인 해 보라고 친절하게 안내 해 주시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망대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고, 뙤약볕에 그늘 찾기 힘든 갈대숲을 걷는 것은 조금 고되긴 하다. 그러니까 날을 잘 선택해야 하고, 선크림을 잘 발라야 하고, 양산을 잘 챙기고, 손풍기를 잘 갖고 다니며,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전망대를 오를 생각이라면 평지 끝에 있는 화장실이 마지막 화장실이고, 그 이전에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있는 매점이 물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까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열체크를 하며 사람들을 맞이하던 해설사 아저씨가 전해 준 팁이었다. 심심하셨는지 지도를 꺼내들고 소개해주셨는데, 친절하고 친절해서 좋았다.
순천만 갈대숲에서 국가정원으로 가는 방법
순천만 갈대숲에서 국가정원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순천만에서 외부로 나가지 않고 갈대열차를 타고 스카이큐브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과 외부로 나가서 자동차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스카이큐브 그리고 갈대열차 이용하기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스카이큐브를 이용 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스카이큐브는 순천만과 순천만정원을 이어주는 무인궤도열차인데, 최고 속도는 시속 40km/h 정도가 나오는데, 순천만을 따라 운행되는 열차를 타고 밖을 여유롭게 내다보며 정원까지 갈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성인은 왕복 8천원이었는데, 정확히는 순천만이 아니라 순천만 갈대습지에서 순천만문학관역까지는 꽤 걸어야한다. 우리가 걸었을 때는 20분 정도 걸렸다. 순천만 갈대밭으로 건너가는 다리 앞에서 순천만문학관역까지 운행되는 갈대열차가 있으니 이 열차를 꼭 타도록 하자. 특히 여름에는 햇빛에 쉽게 탈 수 있고 탈진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국가정원도 갈대숲도 계속 걷는 코스니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걸어도 되지만, 되도록이면 차를 타도록 하자. 문명의 이기는 괜히 만들어진게 아니다. 그리고 그 열차는 공짜다(!).
그리고 이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문학관역으로 6시 40분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안내해 주신다. 그 말을 흘려듣지 말자. 우리는 흘려듣고는 6시 55분쯤 돌아오게 되었더니 꼼짝없이 걸어가게 되었다. 바람도 좋고, 석양도 멋있었지만, 힘들었다. 노동요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갈땐 몰라도 돌아올 땐 타자. 이번에 얻은 교훈이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스카이큐브 운행 시간과 갈대열차 운행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안내해주시는 분에게 물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순천만 국가정원
계절마다 다른 풍경
예전에 푸르른 갈대밭을 보고 싶어 7월 중순쯤 왔었고, 핑크 뮬리를 보고자 11월쯤에 왔었지만, 이 계절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수국은 좋아하는데, 거제에서 수국을 많이 보고 왔기 때문에 이제 올해 수국은 다 봤다고 생각했다. 스카이큐브에서 내려 꿈의 다리를 건너면 국가정원으로 갈 수 있는데 내리자마자 유리온실 앞 화단에 가득 핀 수국을 볼 수 있었다.
그 색깔이나 탐스럽기가 거제보다 더 가득하고 예뻐서 너무 이미 스카이큐브에서 내리자마자 여행만족도가 수직상승하였다.
다리가 아플 땐 열차를 타자
그리고 우리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열차 안내 표지판을 발견하고 눈빛을 나누었고, 합의했다. 국가정원을 여유롭게 둘러보고자 한다면 걸어서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다리가 아팠고,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합의는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1인당 3천원이었는데 한 번의 환승 기회가 주어지고, 중국정원과 꿈틀이가 있는 곳에서 환승이 가능하다.
수국의 끝무렵, 백합과 장미의 계절
다리를 건너면 바로 있는 것은 중국정원인데, 들어서면서부터 알스트로메리아와 같은 예쁜 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가정원의 봄과 여름이 이렇게나 화려할 줄 몰랐는데, 여기 오기 전까지 올까말까 고민한 것이 국가정원에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원래는 그냥 열차를 타고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순천만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열차를 타고 출발한 순간부터 백합향이 곳곳에서 솔솔 나기 시작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백합꽃 향기에 기분이 좋았고, 내릴까말까 고민하는데 열차 안내원분이 꿈틀이동산에서 내리면 저쪽에 백합과 수국이 많다는 말에 뛰어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지 못한 강행군을 하게 되었지만, 꽃이 너무 예뻤고 향기가 좋았고 지는 태양빛이 너무 좋았다. 사진을 찍기에 더 없는 빛이었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정원인데 왜 꽃을 보러 이곳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수국과 백합에 이끌려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이제는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 순간 영국 정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국가정원에는 나라별 테마에 맞추어 꾸며진 정원들이 있는데, 영국정원에는 장미와 허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을 맞이한 영국정원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천천히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남들은 다 일하는 평일에 시간이 난다면 꼭 한 번 들러보자. 전세낸 듯 둘러볼 수 있고, 마음 껏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사람이 걸리지 않는 국가정원의 사진은 웃프지만 지금이 아니면 찍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갔을 때는 매점이 닫혀있었지만 이제는 열었으니 수분 공급도 걱정없이 할 수 있다.
목이 마른 세 명의 여자가 국가정원을 정신없이 둘러보고 목이 마르고 배도 고파왔지만, 어디에도 우리의 허기와 갈증을 채워줄 곳은 없었다. 매점이 7월 3일부터 열기 때문이었다. 결국 갈증과 허기에 시달리며 다시 스카이큐브로 데려가 줄 열차를 기다렸다. 하지만 좀처럼 열차는 오지 않고, 어느새 시간은 6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여름은 이렇게나 해가 길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결국 일행이 열차 출발 시간을 알아온 후에야 우리는 마음 놓고 열차를 기다려 탈 수 있었고, 국가정원을 뒤로 했다. 다시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만문학관역으로 돌아가려는데 '갈대열차는 놓치셨네요'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다가 직원의 설명을 듣고 의지를 다져 걸어왔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다음부터는 열차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름 추천 여행지, 순천만 그리고 순천만국가정원
생각보다 많이 걸은 덕분에 운동도 했고, 꽃도 가득 보고 초록도 잔뜩 봐서 오랜만에 컴퓨터에서 해방되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람이 솔솔 불어 만들어 내는 갈대들의 소리와 국가정원에서 맡은 백합향기는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그 사이에 주렁주렁 열린 포도와 장미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들은 다시 보아도 귀엽다.
만약 다음 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순천도 추천한다. 사계절이 다른 풍경을 자랑하고,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순천이라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소개 할 닭구이집을 꼭 가보도록 하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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