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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형떠돌이 어디라도좋아/먹기위해 가는 여행

남원 서남만찬

202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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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갖고 이사 오면서 좋은 점은 식성이 맞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금방 그만두고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좋은 동지들은 나와 비슷한 입맛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을 것을 좋아한다. 먹을 것을 좋아하다 보니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또, 음식에 도전하는 것도 꺼려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 이전에 친구들이 있었다. 대체로 경남권에 퍼져 살긴 하지만 곳곳에 살면서 맛있는 집을 하나 둘 물어와 함께 놀러다니며 먹으러 다니는 것이 우리의 낙이기도 하다. 정말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떨어져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만나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 집 역시 친구가 소개해 주고 동지들과 열 번 이상 방문한 집이다.

 

추어탕이 유명한 춘향골 남원에 가면 꼭 한 번 들러보면 좋을 오징어볶음 맛집, 서남만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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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오징어 볶음, 그러나 사실은 오징어볶음밥이다. 볶아야 한다. 밥은 볶아져야 한다.

 

 

돌솥에 나오는 이 집의 오징어 볶음은 달콤 매콤함을 갖추었다. 들어가면 돌솥에 눌어붙는 냄새가 가게 가득 배어 있는데 그 냄새를 맡다 보면 저절로 배가 고파진다. 그리고 주문은 단순하다. 오징어 둘, 셋, 넷. 사람 수에 맞춰 주문한다. 기다리다 보면 돌솥판 위에서 지글지글 끓는 오징어가 나온다. 기름이 튈 거 같다. 오징어가 통통하다. 그리고 냄새가 죽여준다.

 

그냥 집어 먹어도 맛있지만 '볶아 먹을 거예요'라고 말하면 주인아저씨가 참기름을 붓고 김을 뿌려 주신다. 그리고 셀프로 잘 섞어 볶는다. 그 사이에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정말 듣기 좋다. 

 

 

완성되면 뜨거운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딱 넣으면 되는데, 그게 정말 최고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맛있는 오징어 볶음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뜨겁고 매우면 함께 주는 콩나물 국물을 먹으면 된다. 왜 콩나물 국을 이렇게 차게 주나 했는데 그것이 사장님의 큰 그림이었다. 새콤한 김치 또한 찰떡궁합이다. 그야말로 오징어볶음을 위한 더 없는 완벽한 세팅이다. 

 

처음 갔다 온 그 날 이후, 동네 간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퇴근하자마자 달려가서 오징어볶음만 먹고 다시 돌아온 날도 많았다. 그만큼 맛있는 집이었다. 

 

최근에 갔더니 브레이크 타임이 13:50-17:10으로 바뀌었더라. 모르고 13:58에 도착했다가 5시까지 기다려 먹고 왔다. 맛있긴 하다. 맛있다. 정기휴일은 있는데 한 번씩 휴일과 상관없이 개인 사유로 인하여 쉬는 날도 있는 것 같았다. 간 것만 해도 여러 번이긴 한데 갔다가 못 먹고 온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러니 한 번 영업하는지 전화해 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매품 제육볶음, 하지만 오징어볶음이 너무 감동이었어서 기억에 희미하다.

 

하지만 위의 서술이 과거형인 것은 얼마 전에 갔더니 가격이 올랐다. 이전에는 1인 만원이었는데, 이제 만 이천 원이 되었다. 오징어 가격이 올랐나 싶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맛있으니 또 언젠간 가겠지. 이렇게 보다 보니 먹고 싶긴 하다. 

 

날도 따뜻해지니 코로나가 물러가고, 남원에 가게 된다면 또 한 번 들러보면 좋겠다.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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