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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형떠돌이 어디라도좋아/스페인

겨울 스페인 여행을 떠나려는 당신에게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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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겨울을 싫어한다. 겨울이 주는 그 추위,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가 주는 황량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겨내기 위한 두껍고 무거운 옷과 움츠러든 어깨까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빛 조차도 줄어 들어 겨울엔 사진을 찍어도 내 맘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예전부터 변하지 않는 한가지 바람은 언젠가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민 가는 것이었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반쯤은 진심이다. 그만큼 나는 겨울이 싫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겨울에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다. 덕분에 친구가 매년 스키장을 가자고 해도 ‘겨울에는 나다니는 거 아니다’라며 거절해 왔다. 그러나 직장이 생기고 나니 겨울이 아니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름, 아니면 겨울 밖에 마음 껏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여름은 너무 짧아 정신차리면 금새 다시 바쁜 철에 들어갔다.

그때문에 어쩌다보니 겨울에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돈 모으고 다시 여행을 가려고 했을 때는 또 다시 겨울이었다.

그렇게 나는 겨울에 스페인을 가게 되었다. 나의 첫 유럽 여행이기도 했다. 2018년 9박 11일의 그리 길지 않은 여정으로 처음 스페인 땅을 밟았고, 그 감동을 못 잊고 다음 해에 또 다시  10박 12일로 스페인을 다시 찾았다.

 

2018. 2. 10. 인천공항


나름 첫 장기 여행이자 처음 밟는 유럽 땅으로 스페인을 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따뜻한 편에 속했다. 스페인은 지리적으로 남부 유럽에 위치 해 있고 지중해와 대서양에 접해 있어 비교적 온난한 날씨인 편이라고 했다. 물론 북부로 갈 수록 추워지기는 하지만, 겨울인 만큼 당연히 북부는 피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따뜻하리라 믿었다.

두 번째 이유는 좋아하는 곡들의 배경이 된 지역들을 가보고 싶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아랑후에즈 협주곡’과 같은 곡들은 제목은 낯설어도 듣기만 하면 누구든 ‘아!’하게 되는 익숙한 곡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어릴 적 잠들기 전에 틀어놓았던 자장가 중에 하나였다. 씨디 안에 적혀 있던 곡 설명을 들으며 한 참을 꿈꾸었다. 알함브라 궁전은 얼마나 아름답게 생긴 궁전일까. 그 ‘알함브라’가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 저렴하다고 했다. 타 유럽 국가에 비해 외식비가 저렴해서 사먹기 편하고 또 우리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했다. 특히 빠에야, 감바스 같은 것들은 그 전부터 해 먹던 것들이기도 했기에 본토의 맛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술도 싸다고 했다. 스페인 또한 와인으로 유명하기도 했고 샹그리아, 레몬맥주 등 다양한 술을 마시기에 좋은 곳이라는 점 또한 큰 메리트였다. 

그래서 이 세가지 이유를 근거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또 하나의 영혼을 꼬셔서 영국 경유 마드리드 in - 바르셀로나 out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2018. 2. 15. 알함브라 궁전

 


그러나 만약 지금, 겨울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위에서 내가 말한 1번의 이유가 크다면 세비야, 말라가와 같은 남쪽 지방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마드리드는 대체로 다들 춥다고 했었다. 내륙이라 그런지 몰라도 바르셀로나에 비해서도 함께 했던 동행들 모두 상대적으로 더 춥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힘들어 했다.

 

그래도 추위에 대한 대비는 코트와 얇은 패딩조끼 하나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추위를 많이 탄 다면 그보다 더 필요하긴 하겠지만, 나와 일행들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라나다는 꼭 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라나다는 옳다. 특별히 할 것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알함브라 하나만으로도 그라나다는 충분히 가치를 하고도 남는다. 그라나다 특유의 그 느낌들-작고 조용한 동네에서 느끼는 아랍의 향기, 성당의 종소리와 알함브라의 섬세한 조각, 멀리 보이는 눈 쌓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새파란 하늘까지 그라나다는 가만히 앉아 햇빛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꼭 그렇게 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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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른 유럽국가들을 갈 때와도 마찬가지로 소매치기에 대한 경계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주머니가 벌어지는 코트를 입었다가 보케리아 시장에서 휴대폰을 그대로 도난당할 뻔 한 것을 당시 클래스 강사가 알아채 다행히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인종차별 또한 없지는 않다. 18년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 19년도에 갔을 때는 중국인도 늘었고 인종차별도 늘었다. 니하오라고 하면서 지나가는 것 정도는 가벼운 일이었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클락션을 울려 놀라기도 했고, 일행들은 클락션 울리고 지나가며 손가락 욕을 하는 정신나간 인간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여행의 아주 작은 오점에 불과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니 조심은 하되 너무 경계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머니는 잘 닫아 놓고 가방은 코트 안으로 매거나 앞으로 매고, 지갑에는 스프링을 달아 두는 정도의 기본 경계는 하도록 하자. 그러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스페인은 아름답고 화려했다.

 

겨울의 스페인은 내가 지금껏 본 겨울 중 가장 아름다운 겨울이었다. 덕분에 나는 겨울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 겨울이 당신에게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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