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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형떠돌이 어디라도좋아/대만

타이페이, 생애 첫 혼자 대만 여행 이야기 (1)

202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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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나는 날개가 보이는 창가 자리가 제일 좋았었지

 

혼자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은 그래도 흔해졌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그것도 해외로 간다는 건 제법 용기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만약에 하는 생각이 마지막 손길을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둘 이상이 떠날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된다. 이 글은 그런 생애 첫 혼자 여행을 준비했던 나의 이야기이다.

 

2012년 여름, 딱 그런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나는 대학 생활 마지막 나에게 주는 선물로 혼자 만의 여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여행지 선정이 문제였다. 멀리 가기엔 돈이 문제였고, 그렇다고 일본을 가기에는 일본은 이미 여러번 다녀왔었다. 비행기를 너무 오래 타지 않으면서도 혼자 다녀도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  그때 마침 아르바이트하던 곳 대리님이 대만 괜찮다며 추천을 해주셨더랬다.

 

그리고 7월, 첫 나혼자 여행을 떠났다.

 

당시에는 대만 관광청에서 대만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나눠주기도 했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그때는 더 계획이 없었다. 가진 계획이라고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건물이 있다는 지우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가 있다는 단수이 이렇게 딱 두 가지와 숙소까지 찾아가는 방법뿐. 7월의 대만이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그냥 추운 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그동안 나의 여행은 날씨 운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해 4월에 중간고사 마치고 후배와 둘이 떠났던 제주 졸업여행에서는 택시 아저씨도 놀랄 만큼 엄청난 비가 왔었고, 그전에 오사카를 갔을 때도 이슬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서야 해가 떴었다. 그래서 대만에 기대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혼자 가는 여행인데 날씨라도 좋아야지.

 

그것 딱 하나만 바랐다. 다행히 떠나는 김포 공항에서까지도 날씨는 참 좋았다. 대리님은 너무 더워 죽을 뻔 한 거, 음식 안 맞았던 거 빼고는 다 좋았다고 했는데 과연 어떤 곳일까 엄청난 기대감에 어떻게 김포까지 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물론 시간 탓도 있다-. 비행기 자리마저도 널럴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렘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본다.

 

비행시간은 고작 2시간 조금 넘는 비행시간. 이제와서 계획을 짜 볼까 했지만, 지우펀, 단수이 말고는 아는 것도 없고 별로 당기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짧은 비행시간을 지나 도착하니 엄청난 태양과 그에 걸맞은 열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7월의 대만은 따가울 정도로 뜨겁다. 그 말인즉슨, 날씨가 엄청나게 좋다. 후끈한 공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때 이후로 주변 사람들이 대만을 알고, 나 또한 대만을 엄청 추천한 결과 여럿이 다녀왔는데 7월의 대만은 정말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가본 중 5월, 7월의 대만이 가장 좋았다. 양우산만 겸비한다면 준비는 완벽하다.

 

아무튼, 그때 당시에 숙소가 있던 곳은 리우장리六張犁라는 요즘 사람들이 갈 때 숙소를 잡는 위치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였다. 갈 때는 택시를 탔다. 대만은 택시비가 싸다 했고 실제로도 여행 내내 많이 이용했다. 근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혼자 타기엔 막 싸진 않았더라.

 

 

그리고 암튼 아저씨가 주소를 보더니 결단력 있게 데려다주셨는데 아무리 봐도 숙소스러운 것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도 간판이 없었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두 일반 가정집 같은 것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가 봐도 뭔가 이상해 보였는지 도와주고 싶어 하며 내려서 주소를 보더니 이 집이라고 알려주고는 대만에 온 걸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Welcome to Taiwan! 

 

 

 

저 꽃이 있는 집에서 물을 주던 아저씨가 통화해 도와준 덕분에 여행에서 모르면 물어보는 게 최고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다. 문득 사기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왜 혼자 있으면 그런 불안감이 더 커지지 않는가.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어볼 데도 마땅찮고, 유일하게 물어볼 만한 사람이라고는 택시 아저씨가 내려 준 능소화에 물을 주는 아저씨밖에 없었다. 여전히 소심하긴 하지만 그때는 더 소심했고, 낯을 엄청 가리는 나로서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이야 흔하지만 그때는 타투한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그 아저씨의 팔과 다리에 엄청나게 큰 타투가 떡하니 그려져 있는 게 아니겠는가. 아무리 편견 없이 대하려 해도 그때는 무서웠다. 그때는. 이도 저도 못하고 주변만 맴맴 돌았더랬다. 그러다 결국, 이대로 이 알 수 없는 동네서 슬퍼할 수 없어 게하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주변에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결국 그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전화 좀 받아줄 수 있겠냐는 나의 요청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전화를 받아 든 그 아저씨는 명쾌하게 짧은 통화를 끝낸 후 나를 열다섯 발자국 정도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문을 열고 주인이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가까웠을 줄이야.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주인과 함께 들어섰다. 햇살이 따가운 만큼 그늘로만 가도 선선했다-내 기억에는 말이다-. 간단히 체크인을 하니 주인은 정말 명랑하고 발랄한 사람이었다. 여자 도미토리로 예약했는데, 오늘은 그 방에 꽉 차서 남자 도미토리로 가야하지만 예약이 없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혹시나 잘생긴 사람이 오면 넣어주겠다는 말도 함께.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기도 했지만, 긴장이라고는 1도 없는 나 같은 허점투성이 여행자에게도 살짝 찾아왔던 불안과 긴장이 그의 장난에 풀렸다. 물론 아쉽게도 잘생긴 여행자와 함께 방을 쓰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는 그가 계획은 있냐고 물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거냐고. 도착했을 때가 2시에서 3시쯤 가는 길목이었다. 

 

숙소에서 나와 나가는 길에 타죽을 뻔 한 위기에서 구해준 차

 

지우펀, 단수이. 이렇게 두 가지만 꺼내는 내게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나게 계획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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